밤이 되면 그냥 할 말이 많아진다.
술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것도 한 몫하지 않을까 싶다.
밤이 되면 자신을 보게 된다.
하루의 흘러간 시간들을 다시 바라보며
어디로 흘러왔구나 하는 생각도 한다.
그리고 그 흘러간 줄기가 어떻게 굽이치는지
무엇을 만나 꺾이어있는지
물살에 쓸린 것들은 무엇인지
흐름과 같이한 다른 것들은 무엇이 있는지
자주는 않하지만 가끔 한번쯤은 하게 된다.
누구나 갖고 있겠지만
자기방어 본능이 발현되는 것을 정말로 싫어한다.
그냥 나는 나였으면 좋겠다.
그런데 또 그것을 방해하는 것이 있다.
내가 나로 있는 모습에는
나의 그림자도 숨어있고
내 질병도 숨어있으며
나로 위장한 악마도 숨어있다.
그러한 내 모습에
다른 이들을 다치게 하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이
물결을 흐리게 한다.
특히 작은 돌멩이에 부딛히는데도
하늘 끝까지 치솟으려는 어린 열정이
화를 부르지 않을까 염려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모든 것들도 나 자신이 아닌가.
다듬어지고 다듬어져서 쓸만한 그릇이 되는 것이 정말 좋다.
다만 공장에서 찍어나오듯 모두 같은 모습에
내 재료를 살리지 못하고 그냥 그릇이 된다면
내 영혼조차 살아있지 못하겠지.
내 그릇은 어느 정도인가.
그리고 어느 곳에 쓰일 것인가.
되도록이면 많은 것들을 담고 싶고
되도록이면 소박한 것들을 담고 싶다.
가끔은 꽃을 놓아도
가끔은 과일을 놓아도
가끔은 말린 차 잎을 놓아도
가끔은 맑은 냉수를 담아도
보기에 화려하지 않지만
쓸만한 그릇이길 바란다.
그 어느 것에도 얽매이지 않는다는 것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더욱 어렵다는 것을 알아간다.
그러나 끊임없이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다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아킬레스와 거북이의 딜레마라 할지라도
뛰어 넘을 수 있는 자유를 알고, 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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