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숙이가 하도 보채서 어쩔 수 없이 어린신부를 봤다.
근데.. 보는 내내 씅질나더니 끝나고 나니깐 씁씁함이 머리끝에서부터 내려앉았다.
왜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우울하네..
스무살 때는 열정에 가득차 있었다.
뭐든지 하고 싶었고 TRPG와 VF3에 빠져있었다.
아르바이트도 하고 이것저것 즐거운 일이 많았다.
군대가기 전까지 무지 애썼다. 하루하루가 열심히 할 만한 것들이 가득 차 있었으니까..
군대를 갔다와서는 그렇잖아도 별로 좋지 않은 상황이 더 악화되어서 밤엔 아르바이트, 낮엔 학교, 저녁엔 자야했다.
할머님께서 한동안 병원에 계셨고 그 와중에 병원에서 생활하기도 했다.
그래도 괜찮았다. 뭐랄까.. 내가 할 수 밖에 없었지만 나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가족중에선 실제로 그랬다.)
학교생활을 계속 하던 중 프로그래밍이 내 몸에 꼭 맞는다는 것을 알았다. 정말 행운이었다. 내 인생에가 가장 행복한 시간 몇 개 뽑으라면 그것 중 하나다. 프로그래밍이 재미있었다.
뭐, 그 와중에도 이런저런 사건이 많아서 헤메기도 했지만 금방 일어났다.
난 백세민이니까. 그리고 난 최강이니까. ㅡㅡv
작년에 큰 사건이 있었다. 덕택에 가족을 지금까지 유지되었던 게 산산히 부서지고 다들 따로 생각하게 되었다. 나도 지금까지 생각했던 게 무참히 무너졌다. 살아있을 필요가 없었다. 난 하나님의 사람이니까 죽어도 걱정이 없다. 정말 사는 게 싫었다. 그래도 죽지 못해 살았다.
시간이 지나다보니 어느 정도 버틸 만큼 되었다. 가족애가 무너졌어도 할머님은 내게 기댈 수 밖에 없었고, 내 동생의 방패막은 아직도 나다. 연로하신 할머님이나 26살에 아직도 철없는 동생이나 내가 없다고 생각하면 정말 끔찍하다. 그래서 그나마 버틴다.
돌이켜서 생각해보니까 하루에 즐거운 시간이 별로 없다. 친구들 덕택에 그냥 재미있는 시간들이 조금은 있지만 내 스스로 즐거운 건 아니다.
난 가만히 있지 못하는 생물이다. 무었이든지 해야 하고 움직이지 않으면 죽어가는 생물이다.
그런데 지금은 열정이 없다. 에너지는 있지만 방향이 없다. 그래서 그 넘처나는 에너지가 스스로를 갉아먹고 있다.
가끔 내 속내를 들어낼 때 좀 더 참으라고, 아직 어리다고 훈계조 발언을 들을 때가 있다. 그러면 난 분노한다. 객관적으로도 나 정도의 상황에서는 충분히 무너져도 괜찮은 정도이고, 난 편안히 앉아서 넉넉한 배를 두드리며 하는 소리를 들으면 폭발한다.
자꾸 퇴로하는 마음이 많아진다. 난 그런 사람이 아닌데..
난 전진하면 전진했지 절대로 뒤를 돌아보지 않는데..
지금은 자꾸 돌아보니까, 그것이 내 자신을 죽이고 있다.
계속 생각하고 고민한다.
내가 살아서 애써야 하는 이유.
그것을 찾으면 예전에 즐기던 그런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전진밖에 몰랐던 내 자신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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